<밤새들의 도시>를 읽고 있자니, 마치 무대 뒤에서 땀과 함께 서 있는 한 사람을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 들었다. 스포트라이트 아래의 화려함은 찰나였고, 그 뒤엔 끝없는 연습과 고독, 그리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잔혹한 사랑이 있었다.
주인공 나탈리아는 세계적인 발레리나다. 그러나 절정의 순간, 부상으로 모든 것을 잃고, 2년 동안 무대와 거리를 둔 채 살아가다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 돌아온 이유는 단 하나, 다시 날기 위해서다.
하지만 날아오른다는 것은, 단지 발끝으로 서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끝까지 몰아세우는 일이라는 걸 그녀는 다시 깨닫고, 그 과정에서 발레를 처음 사랑하게 된 마음 또한 점점 닳아 없어진다.
글을 읽는 내내, 의문이 생겼다. “나는 지금 내가 좋아서 이 일을 하는가? 아니면 잘해야 하니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가?”
이 책이 빛나는 건, 단순히 한 예술가의 재기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 더 높이 날고 싶은 욕망과 그 욕망이 가져오는 소모 사이에서 버티는 이야기다. 나탈리아에게 발레는 생명이었지만, 동시에 그녀를 서서히 잠식해 가는 그림자이기도 했다. 그 이중성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를 잃어가고, 다시 찾으려 한다.
글을 읽다 보면, 이 이야기가 발레만의 세계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처음의 마음을 잃는다. 좋아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잘해야 하는 일이 되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만 의미를 찾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우리는 더 잘하려고 애쓰지만, 그만큼 자신과 멀어진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멈춰 서게 한다. “너는 왜 시작했니? 네 날개는 어디로 가고 있니?”
책을 덮고 나면, 나탈리아의 숨소리와 함께 내 숨도 가빠진다. 그녀는 완전히 승리하지도, 완전히 무너지지도 않는다. 대신, 아주 오래 버틴다. 그것이 어쩌면 ‘날개를 지키는 법’일지도 모른다.
발레에 관심이 없어도, 예술과 거리가 멀어도, 충분히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삶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방향을 잃었을 때, 혹은 좋아하는 마음이 의무로 변해버린 순간에,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도시의 어둠 속, 날아오르기 전 숨을 고르는 한 밤새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처음의 마음’을 다시 발견하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