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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호흡하는 문화공간평택시립도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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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구왕 서영 : 황유미 소설집
    저자 황유미
    발행처 빌리버튼
    발행년도 2019
    자료실 [장당]2종합자료실(3층)

    낯선 곳에서 안정감을 찾으려고 한 적이 있는가? 나는 살면서 몇 번 있었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방문했을 때, 새로운 직장에 입사했을 때 등등.. 처음 보는 환경과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아는 사람을 발견하거나 먼저 다가와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곤 했다.

     

    서영이도 이런 상황이었다. 새로운 초등학교로 전학을 왔고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황. 이런 불안함을 덜기 위해 옆자리 윤정과 말해보니 말도 마음도 잘 통하는 것 같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윤정은 현지와 그 무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서영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던 윤정과 멀어지고 우리 반의 실세라 불리는 현지와 친해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가끔은 어떤 행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내가 그 무리에 속하기 위해 나를 죽이고 다른 사람처럼 행동을 하게 된다. 그 무리가 힘이 세고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곳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서영은 사실 윤정을 좋아하지만 실세인 현지의 무리에 끼기 위해 윤정과 멀어지기도 하고, 평소 좋아하는 책을 현지가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싫어하는 척하며, 좋아하지도 않는 피구를 현지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열심히 한다. 현지 앞에서 서영이는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 소설에서 피구라는 것 자체에도 많은 의미가 숨어있다. 서로 팀을 나누고 공을 던져 상대를 맞혀 아웃시키는 것, 라인에 속하면 인(in)이 되고 라인에 속하지 못하면 아웃(out)이 되는 것. 요즘도 자신이 속한 무리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상대를 배척시키며 경쟁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 우리는 여기에 열정을 더 쏟는 게 맞는 것일까. 서영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전학 온 초등학생으로 시작해 결국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현재의 우리를 살피게 하는 피구왕 서영이다.

     

    -서영은 짝 윤정이 마음에 들었다. “안녕, 나는 최윤정이야.”라며 먼저 인사를 하던 말씨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사람을 탐색하거나 힘겨루기를 하려는 피곤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말투가 좋았다. 게다가 전학 첫날이라 점심시간이 걱정인 자신을 부담스럽지 않게 구제해준 윤정의 배려심도 좋았다. (p.27)

     

    -현지의 장난에 이윽고 아이들도 서영을 피구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유치한 별명에 머쓱해져 장난치지 말라며 얼굴을 붉혔지만 내심 아이들의 관심이 싫지만은 않았다. 피구왕이라고 놀려대던 아이들의 말과 표정에서 현지의 인정을 받는 이서영, 현지의 곁을 차지한 이서영에 대한 궁금증과 부러움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p.65)

     

    -체육 시간의 피구 경기는 즐거운 피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피구, 한 명이라도 더 죽여야 인정받을 수 있는 피구, 마지막으로 유현지라는 감독관 아닌 감독관이 있는 피구. 서영은 피구왕이 아니라 피구 노예 서영이 된 것 같았다. (p.110)

     

     

     

     

  • 꿈꾸는 책들의 도시
    저자 발트 뫼르스
    발행처 들녘
    발행년도 2014
    자료실 [배다리]제2종합자료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야기, 발터 뫼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화려한 풀컬러 그래픽노블로 재탄생하였다. 1(부흐하임)2(지하묘지), 2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예쁜 색감과 디테일이 살아있다. 원작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텍스트를 읽으면서 상상해왔던 이미지와 실제 그래픽노블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상의 대륙 차모니아의 린트부름 요새에는, 젊은 작가 지망생인 주인공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살고 있다. 힐데군스트의 대부이자 시인인 단첼로트는 차모니아 사상 가장 완벽한 원고를 유품으로 남긴 채 숨을 거둔다. ‘가장 완벽한 원고를 읽은 힐데군스트는 오름에 도달해 엄청난 감동과 전율을 느낀다. 이 원고의 주인을 찾아, 꿈꾸는 책들의 도시인 부흐하임으로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멀리서부터 이미 그 도시의 냄새가 난다. 오래된 책들이 풍기는 냄새.

    엄청나게 큰 고서점 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 같다. 폭풍이 이는 듯하다.

    책 먼지로만 이루어진 폭풍. 그곳은 여전히 독서가 진짜 모험인 장소니까.

    지금 이 이야기는 당연히 부흐하임,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대한 것이다.

    왜 미리 경고하지 않았느냐고 내게 따지지는 마라... - 19p.

     

    화려하고 풍부한 일러스트 덕분에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실제 책의 세계로 푹 들어갔다가 다 읽은 순간 현실로 넘어온 느낌이 든다. 그리고 부록으로 그래픽노블의 메이킹 스케치 등 제작과정이 담겨 있어 이야기가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준다.

     

    특히, 책을 좋아하거나 판타지 동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꿈꾸는 책들의 도시>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려다가 포기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일단 독일 소설이라 등장인물 이름 자체가 길고 어려워 눈에 확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판타지 장르라 내용이 직관적으로 파악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진입장벽을 느끼고 원작 소설을 읽지 못한 사람들에게 먼저 그래픽노블로 읽기를 추천한다. 먼저 그림이 있는 소설로 접한다면 내용이 한층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리고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 진짜 꿈꾸는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페인트 : 이희영 장편소설
    저자 이희영
    발행처 창비
    발행년도 2019
    자료실 [지산]2층초등청소년자료실

    ‘15점짜리 부모 밑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아이도 있어.’p.23

     

    우린 버려졌다는 뜻이죠.’‘아니, 너희는 바깥세상 아이들과 달리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아이들이야.’ p.22

     

    때로는 부모이기에 나약하고, 부모이기에 무너져 내릴 때가 있겠지. 거짓말도 하고, 잘못된 판단도 하겠지. 우리가 부모에게 길을 안내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어깨를 빌려줘야 하는 상황도 생기겠지.’p.92

     

    아이는 절대 실험 대상도 연구 대상도 아닌데,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자신에게 맞추려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잖아요. 여자아이 중에서 프릴 달린 원피스에 반짝이는 에나멜 구두를 싫어하는 아이도 있지 않겠어요?’ p. 107

     

    평택시도서관은 매년 책 읽는 평택이라는 이름으로 한 도시 한 책 읽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운동은 평택시 모든 시민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킴에 목적이 있다.

    2020년의 한책도서 중 하나는, 위 문구들이 들어가 있는 도서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이다.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 우리가 매우 잘 알고있는 도서 <완득이>, <아몬드>에 이은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과 창비 청소년심사단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상작으로서 부모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성인, 자녀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동시에 많은 공감을 얻은 도서이다.

     

    부모가 없는 영유아와 청소년들을 정부에서 국가의 아이들로 직접 양육 및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으로 가정하고 소설은 시작한다. 이 아이들은 19살이 되기 전까지 부모면접(parent’s interview, 이하 페인트)을 통해 부모를 선택할 수 있으며, 선택한 아이는 선택된 부모와 함께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센터를 나갈 수 있다. 이러한 페인트를 통해 센터의 아이들은, 내가 원하는 부모의 모습, 가족의 모습이란 무엇일까, 부모와 자식의 역할은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따라 읽으며 자연스레 독자에게도 가족과 부모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자신의 가족과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상상이 이 도서를 읽으며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충격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가족과 부모는 개인들에게 바꿀 수 없는, 정해진 사항이기 때문에 이런 상상을 해보지 못해 소설의 소재가 굉장히 신선하다.

    또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소설이기 때문에 누구나 하루만에 읽을 수 있다. 따라서 책과 거리가 먼 시민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도서를 부모와 자녀라는 역할을 가진 시민들, 예비 부모들에게 추천한다. 쉽게 읽고나서 좋은 부모란, 좋은 가족이란 무엇일까한번 쯤 우리도 돌아보게 하는 도서임에 틀림없다.

  • 오늘도 휘게
    저자 샬럿 에이브럿햄슨
    발행처 미호
    발행년도 2017
    자료실 [장당]2종합자료실(3층)

    코로나19 장기화로 긴장감과 정신적 피로도가 심하다. 여행은 사치로 느껴지는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나고 너무나 당연히 여겼던 오프라인 만남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나와 가족, 직장동료들의 건강함이 감사할 뿐이다.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갈 수 있고, 주말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무척이나그립다. 평택시민신문 기고를 계기로 예전에 읽으려고 사두었던 오늘도 휘게를 소개한다. 글솜씨가 없어서 주로 발췌를 통해 전달한다.

     

     

    우리가 전적으로 휘겔리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매일의 삶의 요구와 규율로부터 한 숨 돌릴 수 있을 때 휘게의 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죠.’p.230(오늘도 휘게)

     

    스스로를 소중히 하려면 정확히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이걸 휘게의 솔직한 언어로 바꿔 말하면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그냥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규칙적으로 평화롭고 유쾌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p.266(오늘도 휘게)

     

    우리는 일단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되고 나면 사회적 관계의 질이야말로 행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보고서는 대인관계에 대한 만족감이 가장 큰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평균 8.4를 기록한 것에 비해 만족감이 적은 사람들은 4.54점이나 차이가 난다. 수익이 가장 적은 사람들과 가장 높은 사람들의 행복지수 격차는 0.5에 불과했다’p.213(오늘도 휘게)

     

    저자는 덴마크의 긍정 웰빙주의에서 휘게가 하는 역할에 대한 책을 썼으며 아늑한 환경을 설명하는 단어이면서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추억을 공유하는 편안한 경험까지 아우른다고 한다. 예전의 우리처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여유롭게 식사하고, 여행하고, 공연을 보고, 산책하기를 소망한다.

     

     

  • 궤도의 과학 허세 : 아는 척하기 좋은 실전 과학 지식
    저자 궤도
    발행처 동아시아
    발행년도 2018
    자료실 [장당]1종합자료실(2층)

    지구와 1광년 떨어진 엉덩이처럼 생긴 행성이 하나 있다고 치자, 엉덩이 행성까지 지구의 빛이 도달하는 시간은 1년이 걸린다. , 지금 엉덩이행성을 향해 엉덩이를 까고 짱구 춤을 춘다면 엉덩이행성의 엉덩이처럼 생긴 외계인들은 망원경을 통해 1년 후에나 당신의 엉덩이를 보게 된다.’p.58(시간여행의 과학)

     

    우리 입장에서는 무좀약을 견뎌내는 새로운 무좀균으로 진화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무좀균들은 그저 그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녀석들끼리 다시 늘어난 것뿐이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확인할 수 있는 돌연변이에 의한 진화라고 볼 수 있다.’ p.176(돌연변이의 과학)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뭔가 일이 벌어졌다면, 그 범인은 대부분 중력일 가능성이 높다. 들고 있던 머그컵을 실수로 놓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주의함을 비난하겠지만 실제 머그컵이 깨지는 데 기여한 결정적인 힘은 중력에서 왔다’p.227(중력의 과학)

     

    위처럼 소설 읽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이 나왔다. 블랙홀, 다중우주, 죽음, 인공지능, 암호화폐, 돌연변이, 중력, 양자역학까지 보통의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들을 쉽게 설명해 독자는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몰입하게 된다.

    사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존재와 현상은 과학에 기초하고 있다. 과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논리적 증명을 요구하기 때문인데 이 책은 그 논리적 증명을 보통 사람들의 언어로 이해하게 한 책이다. 적절한 비유와 유머가 있는 해설은 과학을 학문의 영역에서 교양의 영역으로 끌어오고 제목에서 보여주듯 적당히 아는 척하기 좋은 과학 지식의 영역에 다가가게 함으로써 독자들의 과학적 허세를 알맞게 충족시킨다.

     

    코로나19로 세상의 변화가 더 빨라진 요즘, 전 지구적 현상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과학적 사고가 필수다. 바이러스의 창궐, 속출하는 기상이변, 지진과 불의의 사고를 두고 기도가 부족해서라거나 죄를 많이 지어서라는 무지의 언어를 남발하지 않으려면 과학적 사고의 기반 위에 인문학이 함께 해야 한다. 과학적 지식은 이미 세계와 우주,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필수 수단이자 교양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인공위성 궤도를 전공했기 때문에 궤도라는 예명을 사용하고 있다. 궤도는 스스로를 과학커뮤니케이터라 칭하며 아프리카TV, 팟캐스트, 유투브 등 여러 플랫폼에서 과학 관련 콘텐츠를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소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힉스 보손(질량을 만드는 매개체), 양자역학과 같은 어려운 주제도 독자의 수준에 맞게 쉽게 전달함으로써 저자가 오랜 시간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한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아는 척하기 좋은 실전 과학 지식, ‘궤도의 과학허세와 같은 친근한 과학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우리의 일상을 과학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마주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청소년 이상 누구나 읽을 수 있으며 성인도 매우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 마음의 결
    저자 태희
    발행처 피어오름
    발행년도 2019
    자료실 [청북]일반자료 코너

    위 저자는 다양한 상황에 빗대어 그 상황에서 느낄 수 있을 법한 우리의 마음을 관찰한다.

    독자들에게 이 책은 살면서 한 번은 겪어 보았을 경험과 감정들이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매력이 있다.

    책의 서문을 지나 차례 페이지를 펴고 내가 겪었던 이야기들을 먼저 골라 읽으면 좋겠다.

    내가 모르고 있던 나의 마음이 실은 이러했을까.’ 사람은 다 다르지만 같은 인간이며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끄덕임과 감동을 이끌어냈던 몇 가지의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와 닿았던 이야기는 이것이다. 독자들이 읽어보았으면 하여 발췌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되는 말이 있다. 나를 믿어준다는 말.

    사람은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을 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을 때 끝까지 나아갈 힘을 얻는다. 무너지지 않는다. 그 단 한 사람의 존재가 주는 힘. 그것이 어쩌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내가 그 단 한 사람이 되어 주겠다고. 물론 얼굴도 보지 못한 네가 무슨 소리냐 할지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일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글을 쓰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누군가에게 꼭 그러한 존재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될 테니까 말이다. ……」 _241p

     

    좀 더 사람답게 살기 위해 그리고 개인의 질적인 행복을 위해 우리는 마음의 결을 잘 살펴보아야겠다. 살면서 서로의 이야기와 아픔에 공감하고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저자 정재찬
    발행처 인플루엔셜
    발행년도 2020
    자료실 [안중]제1종합자료실(2층)

    학창시절 시를 만들고 배우는 과정은 쉽지 않고 괴로웠던 기억이었다.

    인생에 있어서 아직 여러 가지 쓴맛이나 단맛의 개념도 없었을 때여서 그런지 몰라도 시의 구성요소 등의 이론만 가지고 시에 접근하기에 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일 뿐이었다.

    이번에 소개할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이란 책은 혼란의 시대 속에서 문학이 가지고 있는, 시가 가지고 있는 힘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1밥벌이라는 소주제부터 7소유라는 주제까지 인생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시와 함께 내용을 공유하고 방향을 제시하면서 나아가고 있다. 올바르고 정확한 정답만을 갈구하는 요즘 세상에서 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그러한 현실의 문제들은 정답은 없기 때문에 인생에서 마주 칠 수 있는 수많은 과제들을 이겨내기 위하여 시를 더욱 접하여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시는 유리창과도 같습니다. 닫힌 문으로는 볼 수 없던 바깥의 풍경들을 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리창은 소통의 통로이자 단절의 벽이기도 합니다.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 바람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것은 독자 여려분의 몫입니다.”

    -본문 7p-

     

    해답을 강요 하지 않으며 편안하고 지혜롭게 길을 제시해주는, 이 책은 시의 매력을 알려주고 시를 해석해주어 마치 강의실에서 인문학 강의를 듣는 느낌도 들게 해준다.

    그래서 인문학이 당장 눈에 보이는 학문들보다도 매력이 있고, 가치가 있구나를 깨닫게 해주는 느낌도 들것이다.

     

    단지 시들만 모아놓은 시집과 달리 상황에 맞는 주제를 던져 놓고 시를 해석하고 삶과 빗대어 봄으로써 더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배움의 시간이 되기도 할 것이다. 정답을 갈구하지만 정답이 없기에 더 담백하고 부담이 없고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우리가 삶을 버티는 데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아 이것마저 없다면하는 그것 하나만 있어도 의외로 버텨지는게 삶입니다.

    -본문 23p-

     

    위의 본문은 안도현 시인의 퇴근길이라는 시의 해석을 삶과 연계 시켜 소통하고 있는 내용이다. 재치가 있고 딱 맞아 떨어지는 매력이 있다.

    시가 있기에 문학이 풍성해지고 삶이 더욱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며 살아가는데 있어서 시가 가진 매력을 느껴 보길 바란다.

  •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고통과 함께함에 대한 성찰
    저자 엄기호
    발행처 나무연필
    발행년도 2019
    자료실 [안중]제1종합자료실(2층)

    “2020년 책읽는 평택후보도서로 선정된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는 오랫동안 인권운동을 해온 엄기호 작가의 고통에 대한 사려 깊은 이야기이다.

     

    코로나 팬데믹(Pandemic)으로 세계는 전염에 대한 공포와 우리가 누렸던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고통을 함께 하고 있다. 또한 지극히 당연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그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하여 우리 모두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오랫동안 함께 해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고통이 고통인 이유는 당사자가 느끼는 그 고통의 깊이와 아픔을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국제 인권운동을 하면서 고통을 마주 대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피해자를 만나고 고통을 다루면서였다. 이 책에서는 고통의 원인이나 고통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아니라, 고통을 겪은 이들의 주변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통을 겪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잘 알게 된다고 하지만 고통 속에 있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나의 고통을 아무리 얘기하고 소리쳐도 다른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이다. 1부에서는 우리 사회의 고통의 겪는 이들이 겪는 언어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고통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마법의 단어는 없다. 하지만 다행히 그 고통이 만드는 외로움에 대해서는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

     

    2부에서는 고통을 전시하고 소비해야만 주목 받을 수 있는 고통의 사회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을 억눌러왔고 고통을 말하는 것은 나약한 것이라고 비난해 왔다. 다행히 최근 고통은 늘 상존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고통을 드러내는 방식이 그 고통을 더욱 쎄게 이야기하고 참담함을 강조해야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고통을 겪는 이를 지원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고통의 곁에 선 이가 감당할 수 있도록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고통을 겪는 이가 자기 고통의 곁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고통을 겪는 이가 그 고통에 함몰되지 않도록…….

     

    또한 고통을 겪는 이가 고통의 곁에 서기 위해서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겪고 있는 고통 자체가 아니라 내가 겪고 있는 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하고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은 저자가 말하는 자기 자신과 동행하는글쓰기가 될 수도 있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외로움을 나누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살면서 고통이나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우리네 삶이 산도 넘고 강도 건너야 한다. 고통에 함몰되지 않도록 고통의 곁에 서서 적절한 언어로 말하는 연습, 그 고통의 곁에 선 이의 곁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우리로 한 발짝 더 다가갔으면 한다.

  • 열 문장 쓰는 법 : 못 쓰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저자 김정선
    발행처 유유
    발행년도 2020
    자료실 [진위]종합자료실(2층)

    글쓰기는 어렵다. A4 한 장 분량의 서평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여전히 진척이 없다. 전보다 글씨 쓸 일이 없어진 대신 글을 쓸 일이 많아졌는데 개인적인 일기, 블로그, SNS에서 보고서까지 각종 글쓰기는 지금이 글씨가 아닌 글을 써야만 하는 시대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글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 망할 놈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지라고 시대를 탓하고만 있을 것인가? 못 쓰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나아 가보자.

     

    글쓰기는 번역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모든 글쓰기가 다 그렇다고 말하는 건 무리겠지만 최소한 제가 알고 있는 글쓰기는 그렇습니다. 나만의 슬픔, 나만의 아픔, 나만의 기쁨, 나만의 분노, 나만의 생각, 나만의 의견을 모두에게 통용되는 언어로 표현해야 하니까요. 사실 글쓰기가 어려운 것도 다 이 때문이죠. 번역을 해야 하니 어렵지 않다면 외려 이상하겠죠. p.13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나만의 것과 모두의 언어 사이를 좁히는 작업. ,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몇 가지 저자 제안한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 일단 한 문장부터 써보자. 무조건 짧게 쓰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한 문장을 써 놓고 문장을 끊지 말고 살을 붙여 계속 이어 써본다.

    두 번째, 길게 이어지는 한 문장 쓰기. 나만의 것을 모두의 언어로 번역해보는 과정을 반복해서 글을 다듬다보면 한 문장을 써 놓고 다음 문장엔 뭘 써야 할지 막막해서 글을 이어 나가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고 주어, 서술어, 접속사 등을 적절히 활용해 문장 쓰는 연습이 된다.

    세 번째, 나만의 것에서 모두의 언어로 바꾸는 것을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습관화해보자. 글을 쓰는 주체인 가 쓴 글이 문장의 주어인 가 쓴 글로 바뀌는 과정을 연습한다.

    네 번째, 나만의 것이 아닌 너만의 것에 대해 쓰기. 내가 아닌 다른 화자가 되어 글을 써보자. 생활하는 나에서 벗어나 글을 쓰는 나와 맞닥뜨리고 익숙해지는 훈련을 통해 내 글쓰기 습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화자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경험을 통해 상황을 생각하고 묘사하고 설명하면서 글쓰기의 시야를 넓힐 수 있다.

     

    저자가 책 속에서 언급한 말과 글을 차이를 보면서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느껴진다. 말은 목소리와 표정 몸짓 때로는 침묵까지 상대의 공감이나 이해를 얻기 위해 동원되지만 반면 글은 오직 읽는 행위 하나만으로 독자를 정해진 시간 동안 묶어 두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공감도 얻고 이해도 얻어야 한다. 이렇듯 문장을 쓰는 건 자연스러운 행위가 아니다. 지극이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행위이고, 당연히 꾸준하고 반복적인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어쩐지 저자의 글쓰기를 위한 방법을 읽고 나니 더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생겨 어렵게 느껴진다. 일단 글을 잘 쓰기 위한 팁들을 기억하는 대신 내가 어떤 때 글을 써보고 싶어 하는지 파악하면서 자연스럽게 글쓰기와 친해져보자.

  • 모월모일
    저자 박연준
    발행처 문학동네
    발행년도 2020
    자료실 [안중]제1종합자료실(2층)

    모월모일’. 제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무 달 아무 일이라고 해야할까, 그냥 아무날이라고 해야 할까.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제목과 표지만 보고 고른 책이다. 왠지 무겁지 않고 가볍게 읽기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을 펼쳐 가장 먼저 본 곳은 목차, 그리고 서문이다. 작가는 풀밭 아무 곳에나 떨어져 있는 모과 한 알을 보고 중얼거렸다. 모월 모일 모과. 책 제목이 되었다. 평범한 날을 기리며 일상을 담아 쓴 모월모일’. 가벼운 마음으로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소소한 행복이 찾아온다.

     

    평소 여행을 다닐 때면 여행 가기 한참 전부터 미리 계획을 세워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갈 수 있는 곳은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라도 다 가보고 와야지 생각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면 아침부터 밤까지 이곳저곳 누비며 바쁘게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작년에는 아무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이 있었다. 숙소에서 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천천히 하루를 시작했다. 눈을 뜨면 잠시 넋을 놓고 앉아 있기도 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배가 고파지면 슬슬 준비를 하고 나가 밥을 먹고 근처 바닷가를 거닐다가 모래 위에 한참 앉아있어도 보고, 날이 좋아 숙소까지 천천히 걸어보기도 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시간은 금방 흘러갔고, 꽤나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작가가 베를린에서 겪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란 게 이런 거였나 보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 시간에 대해 불안해한다. 가끔은 그런 불안감을 떨치고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를 누리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어쩐지 내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평범한 일상은 어느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고, 어쩌면 이미 겪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일상 속 평범함을 잘 관찰하다보면 때론 그 속에서 특별함을 찾을 수 있다. 작가가 모과를 보며 모월모일을 떠올린 것처럼, 내가 여행을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느낀 것처럼. 사실 평범함과 특별함이란 걸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내게는 평범한 일상이 어느 누군가에겐 특별한 일일수도, 내겐 특별한 일이 어느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인 것처럼. 작가의 말처럼 세상엔 절대 평범함도 절대 특별함도 없다. 그런 프레임 속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즐기면 그만이다. 작가의 말처럼 스스로를 괴롭히는 시간을 멀리 내다버리고 좀 더 빨리, 자신을 좋아해보도록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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