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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호흡하는 문화공간평택시립도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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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돼지가 살던 별 : 김선정 장편소설
    저자 김선정
    발행처 문학동네
    발행년도 2016
    자료실

    세상 대부분의 일들이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압도적인 비극으로 끝나지만 끝없는 무력함과 싸워가며 고통에 공명하는 일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작가의 말>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이 먹먹하다. 무슨 마음일까 들여다보니 작가의 말이 공감한다. “끝없는 무력함과 싸워가며 고통에 공명하는책 속 인물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숨 막히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만 보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을 응원하는 혼란스러움. 십대, 이십 대 시절 어른들이 지금 너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야 라고 말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어린 마음에도 한계가 분명히 보이는 세상 일이 많다고 느끼고 있는데 젊기만 하면 해결이 되냐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다. 애늙은이였는지 해결하고 극복해가는 방향을 고민하기보다 한계, 무력함 등이 더 보였고 느껴졌다.

    더 고집스러워지고 폐쇄적이 된다는 나이가 들어가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좋아하는 부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인 것이다. 이 많은 문제, 오류, 한계, 고통, 폐쇄, 불안, 부정의, 무력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고 싶고 어떻게 죽어가고 싶은지 드문드문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드문드문.......자주자주가 아니라.

    나이 먹는 만큼 지혜가 쌓이지는 않지만 인간관계에서 문제없기를 바라지 않는 정도의 혜안을 가지게 되고 세상 대부분의 일에서사랑이라는 것을 빼버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만큼 눈치가 생겼다.

    멧돼지가 살던 별에는 명백히 막힌 길 가운데서 갈 곳을 잃은 인물들과 멧돼지가 등장한다. 섣불리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사람들. 그럼에도 전철역에 출몰한 멧돼지에게 그러다 죽어라고 말을 건네는 아이, 유림. 어쩌면 유림은 스스로에게 말 거는 건지도 모른다. “이러다 죽어그러니 다른 방법을 또는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바람 한 점 드나들지 않을 것 같은 삶의 순간에 유림은 제목도 낯선 소설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책을 읽는다. 그 지점에서 사람들이 모인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워지는 순간 바람 한 점 드나들고 막혔던 길에 길모퉁이가 생겨나기도 한다. 삶의 어떤 문제는 직접,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법이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무언가를 상상하지 않으면 해법은 쉽게 생기지 않는 법이다. 책에서는 유림의 말을 이해하는 멧돼지가 나타났다. 압도적인 비극으로 무력감에 짓눌려있는데 함께행동하자며 손 내미는 존재가 생긴다. 그 멧돼지가 살던 별은 비극에 무릎 꿇지 않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어떤 곳일지도 모른다. 무릎 꿇지 않는 이들에게는 천천히 무언가 다가온다. 소란스럽지 않고 고요하게.

    주호는 생각했다. 어떤 행복은 소란스럽지가 않다고. 그저 고요하다고. 그래서 다행이라고. -본문 116

     
  • 너는 기적이야
    저자 최숙희
    발행처 책읽는곰
    발행년도 2010
    자료실 [오성]어린이자료실

    며칠 전, 조카가 태어났습니다.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가보니, 번호가 붙은 투명한 바구니에 이제 갓 태어난 아가들이 한명씩 담겨있었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간호사에게 아이의 번호를 보여주니, 유리창 근처로 조카를 데려와서 보여주었습니다.

    조카는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갑자기 밝아진 세상에 놀란건지 가끔씩 찡끗거리기도 하고, 입도 조금씩 움직였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세상에서 이보다 더 큰 기적이 있을까요?

    오늘 소개할 책은 이제 막 엄마 아빠가 된 부모가 아가에게 읽어주기 좋은 책입니다.

     

    네가 처음 세상에 온 날, 해도 너를 맞으러 어둠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지. 네가 내게 왔다는 것, 그건 기적이었어.” <너는 기적이야> p.11

     

    이 책은 그림책 작가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최숙희 작가가 아들을 키우며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책입니다. 그동안 가슴 벅찬 기쁨도 있었고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도 있었지만, 아이는 작가의 삶에 있어 가장 커다란 선물이었습니다. 엄마 최숙희가 세상 모든 엄마들과 마주 앉아 함께 웃고 울면서 나누고픈, 아이와 엄마인 자신들을 향해 부르는 응원가, 그리고 엄마들이 일상에 쫓겨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 늦은 밤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내가 몹시 지쳐 있던 날, 너는 두 팔로 날 감싸 안으며 말했지. “내가 엄마를 지켜 줄게요

    세상 어떤 말도 그보다 힘이 되진 않을 거야.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해, 우리아가.

    <너는 기적이야> p.20

     

    엄마 뱃속에서 나와 신생아실에서 누워있던 순간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세상에 처음 나와서 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아무것도 몰랐던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에서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 준 부모의 사랑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험한 세상을 바쁘게 살다보면 가끔씩 잊게 되는 사실이지만, 당신이 태어난 것은 기적이며,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이 그림책을 보며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 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저자 임홍택
    발행처 웨일북(whalebooks)
    발행년도 2019
    자료실 [안중]종합자료실

    1.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요즘 세대를 보면 참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2. 헬조선이라고 말하는 요즘 세대는 참 한심하다.

    3. 회사에서의 점심시간은 공적인 시간이다. 싫어도 팀원들과 함께해야 한다.

     

    위의 3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질문이 있으신가요? 이것은 <90년생이 온다> 직장인 꼰대 테스트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테스트에 임했건만 역시나 꼰대입니다.” 라는 진단을 받았다. 나이가 어리지 않으니 결과가 놀랍지는 않았지만 1개만 그렇다는 대답에도 꼰대라는 결과가 박하게 느껴졌다. 막내로 입사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어 이제는 선배보다 후배들이 많은 나를 돌아보게 된다. 도서관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만해도 24살의 한창 꽃다운 나이였는데 말이다.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만은 아직 창창한데 꼰대라니90년생이라고 뭐 별거 있겠냐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며 가벼웠던 마음이 꼰대 테스트를 거치며 급격히 무거워졌다.

     

    사전에서 꼰대란 은어로 늙은이를 지칭하거나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아거가 2017년 쓴 <꼰대의 발견>에 따르면 오늘날에 꼰대라는 단어는 특정성별과 세대를 뛰어넘어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를 지칭한다.

    <90년생이 온다> p.11

     

    90년생의 출현 배경에는 1997IMF 외환위기 사태가 있다. 이전까지는 고도성장을 거듭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는 직업안정성이 보장되었으나 IMF를 거치며 끊임없는 경쟁에 내몰리게 되면서 90년생들은 경제적 수입보다 직업 안정성을 더 우선시 하게 되었다. 90년생이 변했다기보다 변화해가는 시대에 맞추어 적응해온 것이다. ‘변한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라는 책속의 구절을 읽으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90년생을 하나의 세대로 묶어 얘기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작가도 90년생 모두가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지는 않다고 봤다. 하지만 길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삶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 정직함이 90년생의 일관된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1부에서 90년생의 배경과 특징을 살펴봤다면 2,3부에서는 저자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90년생 이해를 통해 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90년생과 같은 신인류는 이름만 다를 뿐 이전에도 X, Y, Z, 밀레니얼 세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90년생이 몰려오는 시대에 안녕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90년생의 출현 배경, 특징을 이해함으로써 내가 이제는 새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여 공존의 길을 찾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요즘 젊은 놈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처럼 젊은 세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는 4000년 전 바빌로니아 점토판에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소크라테스, 한비자 등 여러 문헌이나 학자들에 이르기까지 반복되어왔다. 새로운 것은 영원하지 않다. 언젠간 늙고 낡아진다. 지금은 90년생이지만 2000년생, 2010년생 새로운 세대는 계속 나올 것이다. 직장에서 혹은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서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무장한 90년생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 그들과 공존하는 법을 찾아보자.

     

  • 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저자 맥스 애덤스
    발행처 웅진지식하우스
    발행년도 2019
    자료실 [팽성]일반실

    내가 나무를 좋아하게 된 건 20, 처음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 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었을 때다. ‘눈뜨고도 코 베어 간다.’는 서울은 내게 너무나도 불안한 도시였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부모님이 그리울 때면 난 늘 기숙사 뒤편 나무들이 무성한 곳 아래에 자리를 잡고 누워있었다. 나에게 기숙사 뒤편 나무가 무성한 그 장소는 서울로 홀로 올라온 나를 위해 세상이 선물한 공간 같았다. 봄에는 흰 눈을 소복하게 얹은 듯한 공간이었고 여름에는 초록빛깔 이불을 덮은 곳이었으며 가을은 노란 물감을 칠한 수채화 그림 같은 공간이었다. 이 공간에서 나무들의 1년을 모두 지켜본 후에야 그 나무의 이름은 이팝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팝나무를 알게 된 20살 그때부터 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다.

     

    희망도서를 구입하는 업무를 하던 중에 나무의 모험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제목도 매력적이었지만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에는 언제나 나무가 있었다.” 라는 책표지 문구가 참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했다.

     

    작가는 나무가 우리를 세 번 따뜻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나무를 벨 때, 나무를 쌓아 올릴 때, 그리고 나무를 태울 때. 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한 존재인가. 책을 읽는 내내 어린 시절 수십 번은 더 읽어본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올랐다. 소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아쉬워 밑동을 내어주며, 쉴 수 있게 해준 아낌없이 주는 나무. 하지만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현실의 나무는 소설 속 아낌없이 주는 나무보다 더 희생적이며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사과나무 목재는 불에 태우면 매우 달콤한 향기가 난다. 또 나뭇결이 아름다워 베니어판과 가구를 만들 수 있고 (중략) 사과 꽃이 활짝 피면 벌, 딱정벌레, 말벌, 파리 등의 곤충들이 데로 모여들어 성황을 이루고 과수원, 산울타리, 뒷마당, 가로수길 등을 환하게 밝힌다. 늦여름이 되면 발그레한 초록색 열매들이 가지가 휠 정도로 매달리는데, 그 풍성한 과즙과 달콤함은 비옥한 자연의 상징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107p. 발췌

     

    나무는 무한한 친절과 관대함을 가진 너무나도 특이한 유기체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한평생 만들어낸 것들을 내어 준다. 심지어 도끼를 들고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마저도 그늘로 보답을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나무들을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까?

    작가는 나무를 베지 말자.” 라던가 종이를 아끼자.”를 외치지 않는다. 나무를 진정으로 보호하는 방법은 종이를 더 많이 소비하고 성냥을 사고 참나무와 단풍나무로 만든 가구도 들이고 유리가 이중으로 들어간 나무 창호를 다는 것이라고 한다. 숲은 유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종이 없는 사무실을 외치는 것 보다 책을 한 권 더 사는 것이 숲을 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나무의 모험이 조금 더 길고, 풍성해 질 수 있도록 책 한권씩 구매하길 바래본다.

  • 봉제인형 살인사건
    저자 다니엘 콜
    발행처 북플라자
    발행년도 2019
    자료실 [팽성]일반실

    나이를 먹어서 인지 인스턴트 시대에 익숙해져서 인지 영상은 10분이 넘어가면 보고 싶지 않고 음악은 30초 내에 클라이맥스가 나오지 않으면 끝까지 참을성 있게 듣기가 힘듭니다. 독서도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있는 짧은 글이나 기사들은 활자 중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서도 정작 소설책은 한 달에 한 권 읽기도 부담이 됩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중 절정과 결말만 보고 싶은 조급함이 더욱 책 읽기를 힘들게 합니다.

     

    봉제인형 살인사건은 동영상사이트에 광고로 나온 것을 보고 호기심에 보게 되었습니다. 약간의 기대를 하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10장을 읽기도 전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흡입력이 있습니다. 정말 잘 고른 책이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 강력반 형사 울프는 잠에서 깨어 전화를 받고 자신의 집 앞에 있는 사건현장으로 갑니다. 그가 현장에서 발견한 것은 각각 다른 사람의 머리, , 다리, 몸통을 봉제인형처럼 꿰매 천장에 달아놓은 시신들입니다. 울프는 시신의 얼굴과 손끝을 보고 놀랍니다. 얼굴은 그가 한번 잡아넣었던 연쇄방화살인범 나기브 칼리드의 얼굴이었고 손가락은 울프의 집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범인은 살해될 사람의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는 예고 살인명부를 울프의 전처를 통해 울프에게 배달합니다.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살인과 이를 막으려는 런던경시청 수사팀의 긴박함과 초조함이 생생하게 느껴져 흥분과 두근거림을 느꼈습니다.

     

    누가 범인이고 동기는 무엇인가가 이런 흥분과 두근거림의 주된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이 아닙니다. 이미 살해된 봉제인형 6명의 신원을 밝히는 과정은 퍼즐을 풀어가듯 지적인 자극을 줍니다. 살해를 예고한 날이 다가올수록 명단에 있는 사람들이 살아남을지에 대한 궁금증과 죽는다면 살해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은 책을 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말해 봐, 네가 악마라면 난 뭐가 되지?” 책 가장 앞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끝까지 다 읽어야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 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저자 다비드 르 브르통
    발행처 현대문학
    발행년도 2010
    자료실 [시립]2층 종합자료실

    걷기의 즐거움

     

    비록 간단한 산책이라 하더라도 걷기는 오늘날 우리네 사회의 성급하고 초조한 생활과 헝클어 놓인 온갖 근심 걱정들을 잠시 멈추게 해준다. 두 발로 걷다 보면 자신에 대한 감각, 사물의 떨림 들이 되살아나고 쳇바퀴 도는 듯한 사회생활에 가리고 지워져 있던 가치의 척도가 회복된다. 자동차 운전자나 대중교통의 이용자들과는 달리 발을 놀려 걷는 사람은 세상 앞에 벌거벗은 존재로 돌아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는 인간적인 높이에 서 있기에 가장 근원적인 인간성을 망각하지 않는다.

    -걷기예찬(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24page 발췌-

     

    요즘 미세먼지 지수 높은 날이 많고 폭염으로 산책할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지만 날씨가 좋으면 가장 먼저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퇴근 후 집안일 끝내고 푹신한 운동화 꺼내신고 여유롭게 산책하고 오면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풀리는 기분이다. 고민이나 걱정거리, 미뤄두었던 일에 대한 해결 의지가 생기고 평온함이 느껴진다.

     

    가족, 친구와의 걷기도 좋지만 나는 혼자 걷는 것을 더 좋아한다. 소개하는 책 걷기예찬에서도 혼자 걷는 걸 더욱 옹호(?)한다. 혼자서 걷는 것은 명상, 자연스러움의 모색이며 옆에 동반자가 있으면 이런 덕목들이 훼손되고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며, 의사소통의 의무를 지게 된다고 표현하였다.

     

    글솜씨가 없기도 하고 책의 글귀가 마음에 와닿아서 발췌문(걷기예찬9page)으로 글을 마무리 하겠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걷기 좋은 날 언제든지 마음껏 걸을 수 있도록 미세먼지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걷는다는 것은 잠시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 숲이나 길, 혹은 오솔길에 몸을 맡기고 걷는다고 해서 무질서한 세상이 지워주는 늘어만 가는 의무들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숨을 가다듬고 전신의 감각들을 예리하게 갈고 호기심을 새로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 마음이 살짝 기운다 : 나태주 신작 시집
    저자 나태주
    발행처 RHK(알에이치코리아)
    발행년도 2019
    자료실 [시립]2층 종합자료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다!

     

    아침 라디오에서 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일본의 한 남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다 자신의 블로거에 할 일 없는 자신을 빌려준다는 글을 남겼고 1,000여명의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그 사람을 빌려 썼다고 한다. 혼자 밥 먹는데 옆에 앉아 있어주기를 원한 사람, 함께 산책하기를 원하는 등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같이 있어주길 원한 이 이야기는 만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함께 산책하는 아르바이트도 생겼다고 한다. 외로운 인간의 존재를 확인하는 현주소로 우리에게는 마음의 곳간을 채우는 휴식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7, 8월 휴가를 앞두고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사람이 있다. 어디를 가든 좋은 글과 따뜻한 그림이 있는 책 한권과 함께 한다면 보다 충만한 시간이 되리라!

     

    마음이 살짝 기운다는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시 100편과 로아의 수채화가 잘 어우러진 어여쁜 시집이다. “시인들은 겸손해야 하고 늘 자기만의 문제나 느낌, 생각에만 몰두하지 말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그것에 대해 겸허히 귀를 기울이고 부드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시인의 시작 노트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따뜻한 안부를 건네는 시 모음이다. 시는 더 이상 어렵고 근사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고 어루만져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시인은 <나의 시에게>라는 시에서 이렇게 전하고 있다.

    한때 나를 살렸던

    누군가의 시들처럼

     

    나의 시여, 지금

    다른 사람에게로 가서

     

    그 사람도

    살려주기를 바란다.

     

     

     

    더위와 강한 해를 살짝 피해야 하는 뜨거운 여름,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들과 만나며 몸과 마음을 쉬고 충전하는 진정한 휴식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 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저자 한승태
    발행처 시대의창
    발행년도 2018
    자료실 [시립]2층 종합자료실

    최근 몇 년간 구제역, AI같은 가축전염병이 반복될 때마다 방역업무에 많은 공무원과 용역 직원들이 투입되었다. 24시간 근무를 위해 조를 짜서 돌리다보니 새벽이나 늦은 밤에도 출근하며 비상근무를 서곤 했다.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고, 결국은 대규모 공장식 축산 형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깊은 회의도 들었다. 감염된 가축 살처분에 동원되었던 사람들 중에는 트라우마로 정신과 상담까지 받는다는 신문기사도 보았다. 이런 일이 과연 정상적이고 상식적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작가가 이러한 공장식 축산 형태로 운영되는 닭, 돼지, 개 사육농장에서 4년 동안 일하며 기록한 정말 대단한 노동에세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권리와 윤리 문제부터 그곳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외국인노동자들의 삶까지 보여주는 생생한 르포다. 마주하기 불편한 내용이지만 발로 쓴 작가의 열정, 유머와 위트, 진솔하고 긍정적인 시선이 무게감을 덜어준다.

    솔직히 책을 읽고 나면 고기 먹기 힘들어진다. 너무도 비참하고 충격적인 사육 현장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기 때문이다.

    닭들은 비좁은 케이지 안에서 한 마리도 아닌 세 마리가 죽을 때까지 지낸다. 태어나자마자 알을 낳지 못하는 쓸모없는 수탉은 생명이 붙어 있는 채 쓰레기로 버려진다. 발육이 늦어 사료값만 축내는 닭도 마찬가지다.

    돼지는 스톨이라 불리는 케이지에서 눕거나 일어서는 일을 빼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산다. 예민한 돼지는 단조로움을 참을 수 없어 케이지 철창을 물어뜯거나 벽에 머리를 부딪히며 자해도 한다. 새끼를 낳는 엄마 돼지인 모돈은 새끼 낳으러 가는 길을 제외하고는 스톨에 갇힌 채로 산다. 일곱 번 정도의 출산이 끝나는 모돈, 발육이 미비한 돼지 또한 사료값만 축내기 때문에 분뇨장에 버려져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 죽어 간다.

    개 농장 이야기는 가장 읽기 힘든 부분이었다. 개를 키우는 케이지는 눈, 비바람, 강한 햇빛에 그대로 노출된 채 외부에 있다. 활동성이 큰 동물인데도 땅조차 밟지 못하고 걷지도 뛰지도 못한 채 케이지에 갇혀 지낸다. 충격적인 건 개의 먹이로 사용되는 음식 쓰레기는 썩으면 썩은 채로 그냥 사용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싸고 맛있는 고기에 대한 욕구를 계속 키워간다면 이러한 공장식 축산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최대 이윤을 남기기 위해 고기는 생명이 아니라 상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게 좁은 공간도, 사료값을 축내지 않는 시간에 가차없이 죽임을 당하는 것도 효율성이라는 미명아래 용납될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은 소비를 줄이고, 인간이 여타의 생명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철학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뭇 생명과 인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치관을 가질 때 고기를 상품이 아닌 생명으로 보게 되고, 식용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제도화해 나가는데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를 덜 먹고, 이왕이면 동물복지 환경에서 키워진 고기를 사 먹는 일, 건강한 먹거리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 일, 그거라도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 소년이 온다 : 한강 장편소설
    저자 한강
    발행처 창비
    발행년도 2014
    자료실 [배다리]제2종합자료실

    한강의 책을 처음 접한 건, 그녀에게 한국 최초 맨부커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긴 <채식주의자>를 통해서였다. 음란하며, 비상식적이라는 이야기만 얼핏 듣고 읽었던 <채식주의자>는 굉장히 불편하고, 이질적이고, 충격적인 책이었다. 내 안에서 꿈틀대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한마디로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었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끝나지 않았던 생각의 편린들이 며칠째 머리 속을 맴돌았고 소설이 품고 있는 처절하리만치 음울한 그 무언가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두 번째로 읽었던 한강의 다른 소설 <소년이 온다><채식주의자>와 묘하게 닮았다. 두 작품 모두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 폭력, 파괴, 그 지독하고 악한 의지들이 어떻게 하나의 생명체 혹은 순수, 도덕, 사회, 그 모든 세상을 유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우리 현대사 중 가장 비극적이라 말할 수 있는 5.18 광주항쟁을 그리고 있다. 나와 우리가 초등학생 혹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그 때에 한 나라의 국민이 국가에 의해 참혹히 살해되던 비극적인 역사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대, 정미, 동호, 은숙, 진수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한다. 5.18의 그 처참하고 잔혹한 시간을 서술자의 내면 깊숙한 밑바닥까지 세세히 묘사하여 읽는 내내 고스란히 나의 고통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이토록 5.18을 극명하게 보여준 책이 있었던가? 놓치고 있던 그들의 고통, 잊혀져가는 그 날의 풍경, 무심코 지나쳐간 역사의 기억, 그 모든 하나하나가 손에 잡힐 듯 너무나 선명해서 읽는 내내 독자를 힘들게 한다.

    책을 덮으며,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소년 동호에게 40여년이 지나 어른이 된 지금의 우리들은 무슨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5.18 망언이 쏟아지고, 그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으며, 아직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을 소년 동호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없다. 나와 우리는 너무도 부끄럽게 40년을 외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두 권의 책으로 접한 한강은 나에겐 특별한 작가가 되었다. 그녀의 무엇이 이다지도 처절한 작품만을 쏟아내게 하는지 범부인 나는 가늠할 수 없지만, 그녀의 소설은 항상 끝없이 끝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그녀의 소설이 너무도 힘이 들어 싫다고도 하지만 한강이라는 작가만이 독자에게 주는 그 무한한 생각의 고리는 여타 작가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다 읽은 책을 몇 번이고 의미 없이 뒤적이며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 , 한강......그녀는 특별한 작가다.

  • 산책을 듣는 시간 : 정은 장편소설
    저자 정은
    발행처 사계절
    발행년도 2018
    자료실 [배다리]제2종합자료실

    책의 주인공 수지는 어렸을 때부터 듣지 못했다. 들리지 않았지만 어릴 적 수지는 노래를 좋아했고, 멋진 무용수를 꿈꾸기도 했다. 수지와 엄마는 그들만의 수화로 대화할 수 있었고, 수지는 듣지 못했지만 꽤 행복한 나날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숙생 민석 아저씨의 애인 주희 언니한테 배운 구어를 통해 수지는 사람들의 입모양을 보고 소리 내어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일 년간 노력 끝에 몇 개의 단어를 소리 낼 수 있었지만 수지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굴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정상이 되었다며 기뻐하는 꼴이라니. 배신감이 들었다. 그전까지 나는 부족함 없이 충만한 삶을 살았는데, 1년 동안 죽을 듯이 고생한 끝에 이제 보통사람 흉내를 조금은 낼 수 있다는 말을 듣는 게 싫었다.” - p.32

     

    열여덟 살이 되고 수지는 특수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며 수지는 특수학교가 나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한다기보다 나를 분리하기 위해 운영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게 나만의 독특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지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아온 수지는 특수학교 생활에 의문을 품게 했다. 그러던 중 수지 할머니의 결단으로 인공 와우 수술을 강행하게 된다. 엄마는 수술을 하게 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사는 게 수월해 진다고 했지만 수지 스스로는 소리를 못 듣는다고 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수지 엄마의 말처럼 인공 와우 수술을 하고 나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수지가 내린 정답은 책을 보며 확인하기를 바란다.

     

    산책을 듣는 시간은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장애인을 바라볼 때 으레 생기는 편견과 세상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청각장애를 가진 수지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우리는 장애를 가지면 불편하니까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교육받아왔다. 하지만 그 배려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 볼 기회는 부족했다. 책을 읽으며,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바라볼 때 나도 모르게 들었던 동정 어린 마음이나 상대가 원치 않는 배려가 가진 폭력적인 면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귀가 들리건 들리지 않건, 색이 보이건 보이지 않건 간에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수지와 수지의 친구 현민이는 충분히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특수학교에서 만나 공감대를 형성한 두 10대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들어볼 수 있다. 책 뒷부분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나오는 <미스 블랙홀>은 책 속 수지와 현민이가 만든 노래로 북트레일러를 함께 감상하면, 책이 전해주는 감동을 더해준다. 그들이 만든 노래처럼 잔잔하고 아름다운 청소년들의 이야기 산책을 듣는 시간을 이 한권의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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