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언제부터 이렇게 거창한 목표가 되었을까. 우리는 늘 ‘중간만 가자, 보통만 하자’라는 말을 쉽게 한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보통’과 ‘평범함’을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뒤늦게 실감하게 된다. 특별히 불행하지도, 특별히 잘나지도 않은 상태를 지켜내는 일. 어쩌면 어른의 삶이란 그 애매한 중간 지대를 묵묵히 버텨내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태수 작가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거창한 성공담이나 인생 역전의 서사를 담고 있지 않다. 대신 하루의 끝에서 느끼는 안도감, 누군가와의 불필요한 다툼을 피했을 때의 평온, 내 몫의 속도를 지켜낸 날의 담담한 만족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어른’이 된다는 것을 더 많은 것을 가지는 일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조금씩 내려놓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행복은 늘 작고, 낮고, 조용하다.
나 역시 행복이 아주 대단하거나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작가의 말처럼 ‘불행하지 않은 상태’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삶에 대한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어쩌면 내 행복의 진입장벽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 무더운 날 땀에 젖은 몸을 따뜻한 물로 씻어낸 뒤 에어컨 바람을 맞을 때, 퇴근길에 아름답기로 소문난 평택의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순간. 그 짧은 찰나마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크지 않지만 분명한 감정이다.
책 속 에피소드 중 ‘사람을 싫어해도 괜찮아’라는 이야기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저자처럼, 나 또한 사람을 싫어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야 하고, 학창 시절 친구가 평생 친구가 되며, 인맥이 곧 자산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다.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어딘가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관계를 끌어안고 버텨내는 일이 반드시 성숙함은 아니라는 사실을, 어른이 되어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올해 중학생이 된 친척 동생을 보며,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도 모르게 꼰대 같은 조언을 건네게 된다. 친구가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 시기에도, 맞춰가되 깊은 상처까지 감내할 필요는 없다고.
관계는 끝까지 버텨야 할 숙제가 아니라 선택의 영역일 수도 있다고. 작가의 말처럼,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 더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삶이 결국 마음을 덜 소모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진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의 삶이 정말 부족한지, 아니면 충분한 상태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요란하지 않아도 괜찮고, 남들에게 설명되지 않아도 되는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담담하게 알려준다. 평범함을 유지하는 일이 버거운 시대에, 이 조용한 문장들은 말한다. 지금 이 정도라면, 우리는 이미 꽤 잘 살아내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