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드는 일은 항상 오른손으로 한다. 글을 쓸 때도 양치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거의 모든 노동은 오른손이 담당한다. 왼손도 역할이 있기는 한다. 시계나 팔찌를 찰 때 반지를 낄 때는 왼손이 주로 한다. 로션을 바를 때도 오른손이 왼손에 짜주곤 한다. 둘이 똑같이 생긴 손인데 어렵고 힘든 일은 오른손이 하고 번쩍번쩍 폼나는 일은 왼손이 하는 것 같다.
왼손과 오른손은 어느 날 매니큐어를 바르게 된다. 언제나처럼 오른손이 왼손에게 먼저 발라주었다. 그다음 왼손이 오른손에 발라주게 되었는데 왼손은 너무 서툴러서 잘 바르지 못한다. 너무나 엉망으로 매니큐어를 발라준 왼손에게 오른손은 화를 내게 된다.
인간관계도 내가 더 많이 맞춰주거나 인내하는 관계가 있다. 그런데 왼손 중에는 일부러 못하는 것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묵묵히 노력하고 있으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먼저 해버릴 수도 있는 것 같다. 부부나 친구 또는 직장 동료 사이에서 그런 경우가 많다. 자기의 일이 아니면 잘 하지 않는 사람과 남의 일까지 나서서 하는 사람, 뭐든 느리게 하는 사람과 빨리해야만 하는 사람, 잘 못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과 잘하든 못하든 하는 사람 등 성향의 차이가 있다.
그런데 자기 일 아니면 하지 않는 사람은 이기적이라 볼 수 있지만 남의 영역을 존중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뭐든 느리게 하는 사람은 신중하다고 볼 수도 있다. 잘 못하는 일은 안 하고 잘하는 일만 하는 사람은 선택과 집중을 잘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뭐든 내가 더 손해 보고 사는 것처럼 느껴져도 어떤 사람에게는 내가 왼손처럼 행동할 때도 있을 것이다. 왼손처럼 행동하는 상대방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오른손 같은 사람도 있고 왼손 같은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은 왼손과 오른손을 다 가지고 있는 존재다. 한 사람이 어느 경우엔 왼손처럼 또 다른 경우에는 오른손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
그림책을 보며 각자 느끼는 감정과 생각하는 바는 다를 것이다. 이 책은 부모님이 자녀와 함께 읽으며 얘기를 나누기에 좋은 책이다. 책에서 마지막 부분에 왼손은 오른손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이제 오른손이 답할 차례”라고 하는데 꼭 독자에게 하는 말 같다. 자녀들과 혹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주변에 왼손 같은 사람 혹은 오른손 같은 사람은 누가 있는지 대화해보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얘기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작가는 갈등의 끝에서 줄곧 오른손을 바라보던 독자의 시선을 잠시 왼손에게 돌린다. 과연 왼손은 어땠을까? 그 단순한 질문이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한다. 오른손과 왼손을 떠나 ‘늘 혼자만 고생하며 섭섭하다가도 상대가 어려울 땐 가장 먼저 달려가는 나’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노력하지만, 모든 일이 마음처럼 쉽지 않은 너’만 남기 때문이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