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한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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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수빈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연도 : 2023
- 에덴 호텔에서는 두 발로 걸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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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나현정
- 출판사 : 길벗어린이
- 발행연도 : 2024
-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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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조승리
- 출판사 : 달
- 발행연도 : 2024
올해의 책 소개 <고요한 우연>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수빈 작가는 2015년 『여름이 반짝』으로 제1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동화에 이어 청소년소설까지 2관왕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그는 첫 수상 당시 “비눗방울처럼 연약한 것들의 힘”을 아름답게 그려 냈다는 평을 받았다. 무수히 많은 모래알 중에서도 조금 더 반짝이는 모래알을 건져 올리는 그의 촘촘한 시선은 여전하다.
관심과 선의로 표상되는 “연약한 인간의 품위”를(이선주) 담아 낸 『고요한 우연』은 “애쓰고 고뇌하며 작은 보폭으로나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 인물의 진정한 성취를 보여 준다”는 평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출처 알라딘)
올해의 책 소개 <에덴 호텔에서는 두 발로 걸어 주세요>
겉으로는 동물들의 평화로운 공존과 품위 있는 삶을 말하지만, 실은 동물들을 가두고 전시하는 동물원 ‘에덴 호텔’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현정 작가는 동물들에게 자기답게 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와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 뒤로 감춰진, 인간의 잣대로 함부로 가두어 동물다움을 빼앗는 보이지 않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화와 공존이란 이름으로 안락을 주는 대신, 자유를 빼앗아 버리는 천국을 가장한 아름다운 동물원 ‘에덴 호텔’을 만나 보자. (출처 알라딘)
올해의 책 소개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2023년 샘터 문예공모전 생활수필 부문 대상을 받은 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 조승리의 첫번째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장애인으로서, 마사지사로서, 딸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시원시원하게 써내려간 저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불꽃을 여실히 지켜냈음을 보여준다.
열다섯, 시력을 잃기 시작한 순간부터 저자는 시간에 쫓기듯 각종 문학에 탐닉해왔고 내면화된 깊은 문장들은 그의 인생과 더불어 뜨거운 감성이 가득한 에세이로 만들어졌다. “열 가구 집성촌에 더부살이”하듯 자라온 알싸한 어린 시절, “휴먼 다큐가 어울리지 않고 코믹 시트콤에 가까”울 정도로 얼얼한 모녀간의 대화 그리고 마사지사로서 “누군가에게 고된 삶을 견뎌내게 할 의지”가 된 홧홧한 오늘날까지, 모든 이야기는 파편적이지 않고 하나의 줄기로 이어져 아름다운 불꽃으로 독자의 마음에 화려하게 피어날 것이다. (출처 알라딘)
도서를 선정하며
2025 평택 올해의 책 <고요한 우연> 선정사
김상미
‘2025년 평택 책을 택하다’ 올해의 책 선정을 위한 작업은 2024년 11월 초순에 시작되었다. 수년간 이어지는 올해의 책 선정 과정에는 벌써 몇 년째 수고해 주신 많은 시민도서선정단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중 나는 이제 막 발을 담근 신입이다. 그래서인지 일종의 출범식과 같았던 첫날의 대면 토론 활동은 설렘 반, 긴장 반으로 마무리했던 기억이 난다.
시민도서선정단으로 지원할 때 일반 부문, 청소년 부문, 어린이 부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중 청소년 부문을 신청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반 부문과 비교하면 후보 도서의 권수가 현저히 적었고, 비교적 읽기 쉬우며 통통 튀는 소재가 많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담고 있다는 점, 또 개인적으로는 학생들과 독서토론을 하면서 글을 짓는 일을 하는 나에게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신간 도서들이 어떻게 읽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물론 올해의 책 선정을 위한 과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장장 4개월 동안 두 차례의 온라인 토론과 두 차례의 대면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스무 권의 후보 책 중 왕좌에 오를 단 한 권을 위해 하나씩 떨어뜨려야 하는 고충이 뒤따랐다. 그렇게 함박눈이 축포처럼 쏟아지던 2월의 어느 날 드디어 ‘올해의 책’과 ‘함께 읽는 책’이 최종 결정되었다.
청소년 부문의 올해의 책 주인공은 김수빈 작가의 <고요한 우연>이 되었다.
이 책은 목차의 편집부터 눈길을 끈다. 마치 SNS 대화창처럼 누군가와 대화를 주고받는 디자인으로 구성된 점이 신선하다.
“그 애랑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어요.”
작중 오고 가는 수많은 대화 속에서 등장인물들, 아니 요즘 청소년들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같은 고등학교, 1학년 9반이라는 교실로 연결된 4명의 인물들. 이름마저 흔하디흔해 이수현B로 불리는 이수현, 뜬금없이 수현의 꿈에 나타나 점점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우연, 운동 잘하고 공부 잘해 반장 선거에서 몰표를 받기까지 한 모두의 한정후, 그리고 고고한 초승달과 같아서 모두를 의식하게 만드는 아이, 은고요.
이들은 오프라인에선 데면데면하지만, SNS 안에서만큼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치 달의 뒷면과 같은 자기의 내면을 꺼내놓는다.
작가는 <고요한 우연>을 통해 요즘 청소년들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고, 바로 이 점이 시민도서선정단의 마음을, 특히 ‘진짜’ 청소년 선정단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게 한 매력 포인트가 되었다.
선정사를 정리하기 위해 이 책을 다시금 읽으면서 청소년들이 왜 이런 SNS 소통을 하는지 물음표를 던져 보았다. 아마도 타인을 지나치게 속속들이 알려고 하고 간섭하려고 드는 기성세대의 방식이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연이와 고요가 상징하는 달처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상대가 보여주고 싶은 면만 보여주더라도 그저 무심히 바라봐 주는 것이 요즘 아이들의 진정한 바람이 아닐까? 달의 중력이 지구의 1/6이듯,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딱 1/6만큼의 끌어당김이 적당한 게 아닐까?
작중 수현과 우연이 SNS를 통해 친근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트리플 플레이(Triple play)라는 말이 나온다. 삼중살, 야구 경기중 한 타자의 타석에서 3개의 아웃이 동시에 잡히는 상황을 일컫는 용어이다. 예를 들면 스물일곱 가지의 캐릭터 피규어 중에서 가장 인기 없는 캐릭터를 연속으로 뽑은 우연이의 불운 같은. 하지만 수현이의 시선에서 보면 나란히 놓인 삼둥이 피규어는 슬롯머신의 잭팟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예기치 않게 불운이 겹쳐 인생의 트리플 플레이를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일수록 청소년들이 ‘수현적 사고’를 떠올리길 바란다. 불운이 트리플 플레이로 다가올 때 마치 인생의 잭팟이 터진 것처럼 희망회로를 돌려보기를. 누군가에게는 존재감 없는 스물세 번째 피규어일지라도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특별 한정판 피규어’라는 믿음을 가지기를. 매일 새로워지는 몸과 마음이 낯설더라도 끝내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는 달과 같은 한 사람이 되어주기를.
그런 응원의 마음을 담아 올해의 책 <고요한 우연>을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도서를 선정하며
2025 평택 올해의 책 <에덴 호텔에서는 두 발로 걸어 주세요> 선정사
한나라
평택시는 매년 『평택, 책을 택하다』 사업을 통해 시민과 함께 읽을 올해의 책을 선정합니다. 어린이조 선정단으로 활동하며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한 권의 책이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울림을 주는 그림책’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 잠깐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림책도 다양한 하위 장르가 존재합니다. 그 중 <에덴 호텔에서는 두 발로 걸어주세요>는 문학 그림책입니다. 문학은 작가가 표현한 텍스트의 행간에 독자의 능동적인 해석이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같은 문학 작품이라도 독자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의미는 저마다 다르게 다가옵니다.
문학 작품으로서의 그림책은 어떨까요? 그림이 함께 주어지므로 작가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데 독자의 능동성이 덜 요구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에서는 텍스트에 담긴 정보가 줄어들거나 더욱 함축적으로 표현됩니다. 그림과 텍스트를 함께 사용해야 하기에 더욱 능동적인 독자의 개입이 필요하지요. 독자는 자신의 경험을 더해 책을 읽어야하므로 책의 내용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울림을 주는 책’은 독자들의 능동적 역할로 완성되는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덴 호텔에서는 두 발로 걸어 주세요>가 2025년 평택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유를 묻는다면, 시민들마다 다른 답변이 나올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책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넓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에덴 호텔의 동물들은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본능을 숨기고 살아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존재합니다. 이 약속을 깨는 순간, 그들이 정의한 평화는 무너집니다. 이 과정에서 동물들이 지닌 고유한 특성은 무시됩니다. 본능은 존중받지 못하지만, 에덴 호텔에서 사는 삶은 행복이라 여겨집니다.
그런데, 모두가 비슷한 삶을 추구하는 에덴 호텔의 모습이 어쩐지 익숙합니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업을 갖는 삶’. 행복의 기준이 비슷하게 정의되는 우리의 사회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 길을 가야 행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지닌 개성과 본성은 희미해지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을 에덴 호텔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동물들은 스스로 ‘행복’을 다시 정의하게 됩니다. 본능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 본능대로 살며 자유를 되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임을 깨닫게 됩니다. 남들이 정한 행복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선택하는 삶. 비로소 동물들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며 참된 행복을 경험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존재들과 공존할 것입니다. 국경이 모호해지고, 인간이 아닌 기계와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다가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다양성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고, 각자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다양성 존중의 의미일 것입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다양성을 배척했던 사회가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획일적인 행복의 기준은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지 않으며, 이는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행복을 가로막는 요소가 됩니다.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타인에 공감하는 태도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만들어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요?
평택 시민도서 선정단의 선정 기준에는 ‘다양한 토론이 가능한 책’, 그리고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책’이 포함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덴 호텔에서는 두발로 걸어 주세요>는 많은 평택 시민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며, 시민들만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완성할 수 있는 최고의 책이 될 것입니다. 독자들이 함께 읽고 토론하며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완성될 올해의 책. 평택 시민 여러분이 완성하는 <에덴 호텔에서는 두발로 걸어 주세요>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 해답을 기대하며 선정사를 마칩니다.
도서를 선정하며
2025 평택 올해의 책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선정사
문현숙
평택에서는 2008년부터 시민 독서 운동으로 ‘(2008 –2018) 한 책 하나 되는 평택’, ‘(2019 – 2022) 책 읽는 평택’, ‘(2023 - ) 평택, 책을 택하다’는 슬로건을 제시하고 있다.
매년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어린이, 청소년, 일반 부문의 책, 각 16권 정도의 책을 조별로 나누어 읽고 매월 토론을 거쳐 걸러내어 올해의 책과 함께 읽는 책을 선정한다.
책들을 선정하는 기준은 다양한 토론이 가능한, 3년 이내 출판된 현존하는 국내 작가의 책으로 삶과 사회를 새로운 관점으로 보여주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을 지역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책인가를 염두에 두고 읽고 토론하게 된다.
현존하는 국내 작가라는 조건은 작가를 초청하여 강연을 들으면서 대담도 나눌 수 있는 풍성한 문화행사의 기약이기도 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민선정단 활동을 하면서 책에 대하여 같은 생각, 다른 생각들을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고 행복했다.
더구나 올해는 활동 시작 후 바로 스웨덴에서 날아온 한강님 노벨문학상 수상의 낭보는 그 기쁨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 이렇게 일반 시민과 어린이, 학생들과 함께 어우러져 책을 읽는 도시의 행사가 있는 나라답지 않은가! 하면서 말이다.
그러한 기쁨도 잠시 12.3 계엄, 무안 참사 등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 앞다투어 일어나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두려운 시간들이었지만 내 손에 쥐어진 책들에게서 위로받으면서 그나마 시간을 지나고 있는데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 책의 저자 조 승리는 중도 시각 장애인이다.
그래서 표현과 공감의 폭이 훨씬 넓고 깊다고 느껴졌고 그 밝음과 힘찬 궤적들이 어떤 빛의 모둠 같아서 읽는 내내 눈물이 나면서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특히 이태원 참사에 대하여 ‘놀러 간 아이들을’이라고 표현하는 평소에 존경해 마지않던 어른의 말씀에 마사지하던 손끝이 싸늘하게 식는 느낌을 읽을 때 똑같은 말을 하던 젊고 아름다운 엄마를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 했던 나의 지난날이 떠올라서 가슴 아팠다.
선정단이 아니었으면 손도 대지 않았을 이 많은 이슈와 약자에 대한 공감을 이야기하는 책들은 –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재미있는 소설만 읽는 외통수이다 – 나로 하여금 기사로만 읽고 대상화하던 사건과 사람들의 곁으로 다가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은 우리들도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며, 생명들이며, 같은 환경을 공유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웃이라는 것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안게 된 것 같다.
60년대부터 비약적인 산업 발전과 더불어 국가와 국민들이 온 힘을 모아 춥고 배고픈 굶주림을 벗어났지만, 그 이면에 뒷전으로 밀려난 소외된 사람과 환경들을 이제는 우리가 보듬고 다듬어가야 한다는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그간의 올해의 책들이었고 이 책도 그에 대한 표현을 ‘지랄맞음’으로 빗대어 말하고 앞으로 당연하고 밝게 ‘축제’처럼 함께 즐겁게 기꺼이 헤쳐 나가자는 뜻으로 읽었고 그래서 올해의 책으로 망설임 없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