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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회색인간>을 읽고- 그곳에 내가 있었다면?
작성자 관*자
작성일 2018-05-20

그곳에 내가 있었다면?

- 2018년 평택시 한책 회색인간을 읽고-

 

이**(한책하나되는평택 공동추진위원장)

올해 한 책을 선정하는 마지막 회의는 유난히 치열했다. 선정위원으로서 부끄러운 말이지만 최종 후보에 올라온 10권의 책 중에 회수가 잘 안 되어서 못 읽은 책이 한 권 있었는데 그 책이 회색인간이었다. 회색인간을 읽은 위원들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민망하긴 했지만 위원들의 추천의견을 들으면서 나도 올해의 한책으로 회색인간을 추천했다. 회의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회색인간을 읽었는데 참 쉽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쉽게 읽혀지는 책인데도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어서 몇 번씩 반복해서 읽어도 새롭게 또 다른 생각이 올라오는 매력적인 책이다. 김민섭 작가가 쓴 추천의 글중 마지막 말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그리고 조금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싶을 때마다, 특히 나에게 이야기가 필요할 때마다, 아껴둔 무엇을 꺼내 먹듯 조금씩 꺼내서 읽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며칠 전 아침 집을 나서 운전을 하고 가다가 옆 차선에서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선을 잘 타고 가서 막히는 길을 조금이나마 빨리 빠져나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작은 접촉사고처럼 내게 불편을 끼칠 수 있는 일이 허다하다. 뉴스를 보면 세계 곳곳에는 날이면 날마다 참 많은 일이 일어난다. 흔히 사건, 사고라고 일컫는 일들을 보고 들으면서 내가 그 곳에 있었다면 어떤 판단을, 어떤 결정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물론 그곳으로 쉽게 가지도 못하고 잘 모르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대부분이라 비교적 쉽게 잊히긴 하지만 가끔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사건들도 있다.

 

올해의 한책 선정도서인 김동식 작가의회색인간그곳에 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작품집이다.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단편들이라 감정이입이 잘 되고 여운이 많이 남아서 머릿속이 복잡할 때 읽으면 그곳으로 쉽게 빠져들 수 있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머물고 있는 이곳에서 힘들다!라고 생각 하는 대부분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단편 <회색인간>이 그리고 있는 가상의 세계는 현실인 듯 쉽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작품속의 그곳인 지저세계, 무인도, 가상현실의 세계, 폐허가 된 세계, 식인 빌딩이 있는 세계 등에서 묘사된 갈등들이 관계에서 비롯되는데, ‘이곳에서의 갈등은 당연한 거네!‘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집이다.

단편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라는 작품은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지성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소녀와 소년 중 한명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 지성 중의 대표라는 사람이 엄마가 생일선물로 준 소중한 초코바를 나눠 먹은 소녀 대신 소년을 선택하며 그 이유를 쓰레기를 무단투기 하면 안 되지요!” 라고 한다. 갈등을 느끼던 대다수의 지성들은 그러네! 맞아! 그럼 그럼, 상황이 핑계가 될 수는 없어!” 라고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공명정대함에 고개를 주억거린다.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판단을 그리 쉽게 하다니 그래도 되는 건가? 그런 결정을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사회라면 참 편하겠네!’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집단지성이라고 하는 그룹도 결국은 한 사람의 결정에 수긍할 수도 있는 것이구!‘ 싶은 생각에 씁쓸했다. ‘내가 그곳에서 집단지성의 일원으로 있었다면 쓰레기 무단투기라는 행동하나로 생과 사를 결정하는 것에 수긍하고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왜 이러지? 소설을 일고 있는 것뿐인데 왜 감정이입울 하고 있지?’, ‘결정을 내렸던 누군가에 의해 곳곳은 멍들어 있는데 수긍이 그리 쉽게 될 수 있을까?’ 등등 여러 생각을 하다가 쉽게 결론을 내린다. 내가 그곳에 없으면 되는 것이라고.

<무인도의 부자노인> 이라는 작품의 마지막에 나오는 통조림 몇 개 때문에 한 노인을 죽이려고 했을 때, 저희는 짐승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 노인을 살려주고 나니, 그제야 저희는 사회 속에 사는 인간이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살았습니다.” 라는 글을 읽으면서 사회 속에 사는 인간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인도라 하지만 10여 명이 살고 있는 곳이 되어버렸으니 더 이상 무인도는 아닌 곳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는 모습이 담담하게 묘사되어 있는 작품을 읽으며 ?참 다행이다! 같이 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는 것을 일깨워줘서!’ 하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또 한편으로는 살아오면서 맺어졌던 수많은 관계들과 상황들을 떠올리면서 나는 잘 해내고 있는 것인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

<무인도의 부자노인>의 첫 구절은 바다 한 가운데서 배가 침몰했다.” 이다. 또 다시 돌아온 4월의 바다,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배를 속수무책 눈물로 지켜보아야 했던 4월의 바다. 4월의 바다는 절대 잊지 않겠다, 다시는 그런 일 생기면 안 된다고 다짐하게 하는 바다이다. 가슴 속에 노란 리본 하나 새기면서 추모하고 또 추모해도 잊히지 않는 바다이다. 곧 세워진다는 그 배처럼 진실은 바로 서야 한다. 그 때 그곳에는 내가 있었으므로 우리들이 함께 있었으므로 그 날의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그 날의 진실이 밝혀져야 4월의 그 바다를 바로 볼 용기가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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