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에도 나름의 차가움과 따뜻함이 있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야 한다는 편견.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그렇다. 고마워, 사랑해와 같은 간단한 말조차 잘 꺼내지 않는다. ‘관계’에서 언어의 역할이 참 크다는 걸 알지만 섬세한 표현이 어렵다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말’ 한마디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잊고 있던 감각을 깨워주었다.
이 책은 작가 이기주가 평소 사람들의 대화와 이야기를 메모한 글이다. 작은 대화 하나에도 작가의 따뜻한 마음과 위안을 느낄 수 있는 책.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사랑’ 이라는 깨달음.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라는 공감.
‘눈물은 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물은 기억에도 있고 마음에도 있다’는 애잔함....
‘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적당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 의 표현의 중요함...
‘채우고 메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건, 틈을 만드는 일이다’는 공백과 쉼의 필요성...
온기 있는 언어가 슬픔을 감싸 안아줄 수 있고,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는다. 바로 ‘말과 글의 힘’이었다. 미디어, 온라인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면서 쉽게 말하는 ‘글’의 소통이 많아진 현대인들은 손가락 움직임 하나로 서로의 가슴을 울리는 일이 참 많아졌다.
작가가 말하는 ‘언어’가 주는 소중함과 절실함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마음 깊숙이 꽃힌 언어는지지 않는 꽃입니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을 위안으로 줄것인지, 아니면 눈물로 남길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말 한마디를 할때도 깊이 생각해서 하고, 단어를 선택할때도 고민해서 하는 것’ 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내가 들으면 힘이 되는 말과 내가 읽어서 꽃이 되는 글을 다른사람에게도 건넬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 당연한 것을 잊고 살아왔기에, 한 번쯤 우리가 하는 말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시원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얼음같은 차가운 표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돌려세우긴커녕 꽁꽁 얼어붙게 합니다."
- 본문 중 -